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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새로이 알게 된 지식에 대해 꺼림칙함을 느껴야 했다. 오

늘따라 살벌한 말을 너무나 당연하게 듣는 것 같다.

아르사하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으니, 그녀가 이야기한 것들은 모두 진실이다.

그렇게 생각하고서, 이제 이 모든 사태를 종합해 보자.

아란을 노예로 삼을 경우, 부족 전체가 인질로 잡히니 아란은 날 죽이거나 거역

할 수 없고, 내가 죽으면 같이 죽어야 하는 운명에 처했으니 오히려 날 돌봐야 하

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소리다.

거기에 부수적으로 딸려오는 효과라면, 죽이려고 했던 상대를 충심으로 섬기게

되어버린 아란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굴욕감이라든가 모욕감도 받을 수 있겠지.

일족의 율법을 따른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의 노예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치욕스

런 일인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긍지와 자존심을 알고 있는 에슬란딜 대부족의 사람에게 제일 모욕적인 기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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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겨 줄 수 있겠지.

이 상황을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살려두고 괴롭히는 상황.’

상대는 반항도 못하고, 괴롭히는 대로 당해야만 한다.

마음에 드는 방법이다.

“어때요, 세이르? 아란의 노동력은 제가 보장해요. 살려두는 편이 더 쓸모가 있

을 거예요.”

아르사하는 나의 표정을 살피고는 생긋 웃는 표정으로 아란의 노예화를 권했다.

니아런의 상식으로는 충분히 웃으면서 권할 수 있는 상황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에, 나 역시 살짝 미소를 띠고는 대답했다.

“구미가 당기네요. 그렇지만, 일단 저희 부족의 방식대로 가보지요.”

“세이르….”

아르사하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기어코 내가 아란을 죽이려는 줄 아는가 보

다. 그녀는 뭔가를 더 말하려고 했지만, 사태의 해결권한은 나에게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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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나는 씨익 웃으며 아란에게 다가갔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란은 나의 발자국

소리에 반응해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나는 말했다.

“넌 어떻게 하고 싶냐?”

“…예?”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들 중에서, 넌 어떻게 하고 싶냐?”

“저, 저… 말입니까?”

아란은 멍한 얼굴로 되물었다. 나는 팔짱을 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처벌로 어떤 것을 원하는가?

이건 흡사 학교에서 선생님이 잘못한 학생에게 ‘몇 대나 맞을래?’하고 묻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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