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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란과 내가 다르다는 걸 안다. 아란은 전사 훈련도 받았고, 문신을 통한 자연력

을 사용할 수도 있다. 전투 상황에서는 나보다도 더 도움 되는 전력이다. 단순히

그런 면을 따지자면, 난 그야말로 숨어있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밖에서 싸우는 사람들은 다치더라도 치유 마법으로 고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럴

수도 없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으면 자연 치유가 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한 번 상처를

입으면 그 부상이 오래 간다. 그러니 난 다쳐선 안 된다.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서 살아남아야 한다.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살아서 가야 한다.

그러니까, 난 싸우지 않는다. 여기 있다.

수파네의 때와는 완전히 정 반대가 되었다. 그때는 살아남기 위해서 싸웠지만,

지금은 살아남기 위해서 싸우지 않는다. 마차의 한 곳에 처박혀 싸움의 광경에서

등을 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는 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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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라도 들어야 한다는 걸까?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가 없게 된다. 차라리 그게 더 편하

다. 애초에 참여하지도 않을 싸움, 아예 없는 것으로 취급하면 될 것 아닌가. 거

기에서 날 격리시키면 될 것 아닌가.

“부, 불이다!”

“으아아아악!”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윌터의 비명이다!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적들이 횃불을 들고 요수족들을 위

협하고 있었다. 무서울 것이 없는 요수족들을 제압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을 들고 나온 것이다.

“치, 치워라!”

요수족 중 요묘파(妖猫派)의 사람이 날카롭게 외쳤지만, 그 음성에는 힘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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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있지 않았다.

지금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최초의 명령을 어긴 채 마부들도 마차에서 내린 채 싸우고 있었고, 수많은 적들

이 죽어있었지만 일행보다는 많은 숫자가 남아있었다. 일행 중에서는 다친 사람도

상당수였고, 아르사하는 친다는 말에 모두 그쪽으로 몰려들어서 엉겁결에 포위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적들은 횃불을 들고 요수족들을 위협하듯 앞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우리 일행들

모두는 불을 무서워하는 축인지, 비명을 지른 윌터와 마찬가지고 기세가 팍 꺾여

서는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덕분에 일행 전체의 사기도 떨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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