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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아르사하는 아란이 속한 부족의 율법대로 처리하는 걸 권장한다고

했었지? 그렇지만 노예로 삼아서 근처에 두라는 건 나에게 너무나 위험한 일이잖

아?

나는 못미덥다는 태도로 말했다.

“수용해 볼만한 판단입니다만, 자고 있다가 심장에 단검 박히는 꼴로 죽고 싶진

않습니다.”

“어머? 중서대륙에서는 그러나보죠?”

“그렇다하기 보다도, 증오하는 사람의 노예로 들어가서는 얌전히 그 말을 따를

리가 없잖습니까?”

아르사하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도 모

두 의아하다는 시선으로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 말이 저들에게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인 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떠올

린 나의 상식이 이쪽과 전혀 맞지 않는가 보다.

이른바 상식의 충돌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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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한 사람들을 대표하는 듯, 아르사하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이해할 수가 없네요. 노예가 어떻게 주인을 죽일 수 있다는 말이죠?”

“보통 노예라면 괜찮겠지만, 저를 죽이려고 했던 상대를 노예로 받아들이라니요.

노예가 된다고 해서 살의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아. 이해하겠어요. 세이르는 에슬란딜 사람이 아니었죠? 저희 에슬란딜에서 노

예가 된다는 건 과거의 인연을 모두 버리고 그 사람에게 어떤 일이 있더라도 충

성한다는 거예요. 노예는 주인에게 어떤 위해도 가해선 안 되는 것이 이쪽의 절

대적인 율법이에요. 만약 그것을 어길 경우에는….”

“경우에는?”

아르사하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잘라 말했다.

“그 사람이 있던 부족 전체가 몰살당해요.”

“…그래요?”

말하는 어조가 너무나 산뜻했다. 게다가 방긋 웃는 표정으로 저런 살벌한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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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낌 없이 한다. 그녀의 태도는 그녀의 성격 문제인지, 아니면 너무나도 당연한

걸 이야기하기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개인보다도 부족이 우선되는 그들의 생활을 볼 때, 아무리 아란이라고 할지라도

나를 쉽사리 죽이려 들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의 불안감은 평소 내가 생각

하지 않던 부분까지 생각을 전개시키게 만들었다.

“단번에 죽이는 것이 아닌, 서서히 죽이는 경우라면?”

“독으로 인한 자연사 유도를 말씀하시는 거로군요. 본인도 죽기 싫다면 그런 짓

은 하지 않겠죠.”

“무슨 뜻입니까?”

나의 말에 아르사하는 역시 방긋 웃으며 명쾌한 해답을 주었다.

“주인이 죽으면 노예는 순장(殉葬)하거든요.”

순장… 그러니까 같이 묻어버린다 이 말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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