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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광고지가 붙어있더군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대충 이렇습니다.”

인간의 형체를 한 영족은 꽤나 친절하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마도 그의 친구나

지인들에게 해줄 이야기를 내 앞에서 시범 보이기로 한 것일지도 모르지. 어쨌든

나는 그 영족의 친절한 설명으로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는 것이 전무후무한 공연의

광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력강림무의 공연이라고요? 에슬란딜의 대족장과 부족의 무희들이 직접?”

“그렇습니다. 전에 없는 공연이 되겠군요. 문화 교류사업의 일환이라고 합니다.

흔한 일 중에 하나지만, 대족장이 직접 나서서 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이겠

지요?”

영족은 궁금하다는 듯 말꼬리를 높였다. 내가 눌탄인으로 보이기 때문이겠지. 나

는 고개를 끄덕이며 즉흥적으로 눌탄인의 모습을 연기해 내었다. 어째 이런 것만

나날히 늘어간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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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하지만 대족장님이 직접 나서다니… 공연장의 격식이 어지간히 높지

않으면 에슬란딜의 대족장이라는 이름도 땅에 떨어질지 모르겠군요.”

“하핫!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충분히 그 격식을 살린 곳이니까요. ‘라펠카

극장’이라고 아십니까?”

물론 내가 알 길이 없는 극장이기에 나는 슬쩍 윌터에게 고개를 돌렸다. 윌터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말했다.

“그 극장이라면 품위의 문제도 없겠군요. 평민과 귀족의 동시 관람이 가능한 장

소이면서도 그만큼의 격식을 갖춘 곳은 드물죠.”

“예. 잘 아시네요. 한 주기에 한번 공연으로 다섯 회를 한다고 하니 그 대족장이

란 사람은 장기 체류를 하실 모양입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겠군요. 하하, 이거 꼭 보지 않으면 후세까지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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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될 것 같은데요?”

“그렇죠? 벌써부터 예매일이 언제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더군요. 아,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친구들에게도 소식을 전해야겠군요.”

난 고맙다는 인사치레를 하고서는 영족을 보냈다. 나와 윌터는 저 사람들의 틈바

구니 속에 끼여들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공유하며 다시 도서관으로 발걸

음을 옮겼다.

에슬란딘의 대족장이 직접 출연하는 공연이라…. 하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볼

거리가 된다는 것에 나는 그다지 좋은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 공연 자체가 엄

청나게 훌륭한 것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에슬란딘의 대족장이라는 지위에 대해서

무시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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