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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릭은 나의 표정을 보고는 내 어깨를 두들기며 자상한 어조로 말했다.

“세이르. 너도 나중에 도서관에 가보는 게 좋아. 그곳에 가면 지금까지 매 달의

이름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를 알 수 있는 책이 있거든. 추천할 도서는 마그놀

리아 베밍 저서의 ‘주기해설서’와 벤타일리칸 베밍의 ‘현대 주기해설서’야. 베밍

가문의 사람들은 그런 책을 잘 쓰거든. 게다가 내용도 만족스러운 수준이고.”

“고마워요, 기릭. 나중에 한 번 가봐야겠네요.”

벤타일리칸 베밍이라는 말에 난 잠시 어깨를 움찔 했지만 기릭은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 어르신이 그런 책도 저술했다 이거지? 게다가 마그놀리아 베밍이라는 이름은

여기서도 들어보는 군. 꽤나 유명한 사람인가보지? 세계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알

정도라면 엄청난 업적을 이루었을 거야.

내가 나중에 도서관에서 마그놀리아 베밍이라는 사람의 전기라도 있으면 꼭 읽어

봐야겠다고 다짐하며 빵을 뜯을 때, 윌터가 힘없이 수프를 저으며 탄식하듯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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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도서관이라. 그러고 보니 살라인이 책을 빌려다 달라고 했었어.”

“무슨 책?”

“가정요리에 관련된 책하고 토지 경영에 관한 책.”

“오오.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살라인도 참 훌륭한 여성이로군. 벌써부터 남편

될 자의 내조를 확실하게 준비하겠다는 거로구만. 요즘 아이들답지 않게 대견하

군.”

기릭의 말에 난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요즘 아이들답지 않다는 말

에는 동의하려고 해도 ‘요즘 아이들’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니 하려 해도 할 수도

없겠지만, 대견하다는 말엔 확실하게 동의한다. 살라인의 딱 부러지는 성격은 사

람들 사이에서 유명하니까. 윌터는 복 받은 녀석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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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윌터는 한숨을 내쉬는 것으로 나의 생각에 물음표를 달게 만들었다. 복

받은 사람의 표정 치고는 너무 우울하잖아. 저런 표정이 복 받는 표정이면 기적을

만났을 때는 서럽게 통곡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나는 고개를 조금 갸웃하며

윌터에게 물었다.

“윌. 왜 그래?”

“기릭 형. 살라인이 좋은 애라는 거는 저도 잘 아는데요, 문제는 그 책을 저도

읽어봐야 한다는 거예요.”

“지주가 되겠다는 녀석이 토지 경영에 관한 책 정도는 당연히 읽어야지.”

“그르르…. 누가 그거 말해요?”

윌터는 기분이 나쁜 듯 이빨을 드러내며 목을 울렸다. 얼굴 주변의 털이 쭈뼛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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