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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아니고, 대륙의 금지서적도 아닌 단순한 요리서적에, 그것도 각 종족의 식인습
관을 유도하기 위한 종족 요리 모음서 같은 것이 아니라 일반 가정요리를 써놓은
요리책에 저런 고민을 보이는 것도 참 특이한 부분이었다.
윌터가 자리에 없을 때 기릭에게 들어본 말로는, 윌터의 화염공포증은 그리 심각
한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그건 나도 알만한 사실이었다. 윌터에서 10미터도 떨어
지지도 않은 곳에서는 주방장 이스단을 비롯해 요리사 3명이 맹렬한 불꽃과 함께
요리를 만들고 있었으니까.
기릭의 해석으로는 윌터의 자리가 물과 제일 가까운 자리라서 비교적 안심할 수
있고, 그 정도가 약한 편이라고 하는데, 어찌보면 맞는 말도 같았다.
불을 보면서도 의외로 침착한 윌터는 내가 3개월간 봐오면서도 어제 듣기 전까지
는 화염공포증이 있다는 걸 모를 정도였다. 그런 그가 요리책의 겉표지를 보고서
끙끙대는 이유라면, 역시 불과 근접해야 될 상황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닐까?
“역시… 난 못하겠어.”
한참동안 책을 상대로 뜨거운 눈빛을 발하던 윌터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 아무것
도 하지 않은 책의 승리라고 해야 할까?
나는 기릭의 충고와 살라인의 예상을 번갈아 떠올렸다. 살라인은 분명 윌터가 책
을 들여다도 보지 않을거라 했고, 기릭은 그럴 경우에 이렇게 말하라고 충고했었
다. 다들 윌터가 어떻게 행동할 지 눈에 보이나보다.
“고작 한 권의 책 앞에서 꼬리를 내리다니, 요랑파 일족은 원래 다 그래?”
“…뭐라고?”
“아니, 난 단지 네가 그렇게 책을 무서워할 줄 몰랐지. 하긴,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괜찮아. 그깟 책 좀 뭇워한다고 누가 뭐라고 하겠냐.”
“크르르…. 이딴 책, 내가 못 읽을 것 같아?”
솔직함은 단점이라네, 친구. 나는 내가 읽고 있는 책에서 눈길을 떼지 않으며 조
용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그러고 있었잖아. 못읽는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할 책은 아니니까. 괜
찮아. 무서워서 못하겠다는 데, 아무도 뭐라 그러진 않아.”
“그 말, 후회하게 해주지.”
윌터의 흉흉한 눈빛이 느껴졌다. 그리고 곧장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곁눈질로 살짝 보니 하얀 이빨을 드러낸 표정으로 손끝을 떨면서 요리책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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