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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 흐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벤타일리칸의 마법은 그가 대마법사인 이상 쉽게 풀리지 않을 테고, 그렇게 되면

이 니아런이라는 세계가 나를 밀어내는 느낌을 평생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

이다. 단순히 육체노동만 하더라도 먹고 살 수 있는 여건이 제공되는 세계인만큼

내가 이 세계를 떠나기 싫어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보라, 눈앞의 이 대족장 아가씨에게 실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해져버

렸다. 어지간히 친하지 않으면 실망이고 뭐고 없는 거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세계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 세계만

여행하면서 돌아다닌다고 하면 평생을 질리지 않게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눈 딱

감고서 지구의 생각만 잊으면 이 세계의 주민이 되는 것도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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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것은 옳지 않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과 두 여동생, 내 친구들의 덕분이

다. 그들이 나를 위한 자리를 만들고, 나를 생각해주고, 나를 이끌어준 제일 중요

한 사람들이다.

지구의, 대한민국의, 우리 집에는 나의 자리가 있고, 내가 편히 쉴 수 있는 안식

의 성소가 있다.

내가 잘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아니다. 나는 내 주변과 함께 성장했고, 그들

은 날 키워주었다. 내가 그 은혜도 갚지 않고 이렇게 다른 세계에서 모든 것을 잊

은 채 사는 것은 인간으로서 실격이다.

게다가 니아런에서 살다가 내 주변에 씌워진 마법들이 벗겨지기라도 하면 그것만

큼 큰 일이 없다.

나는 이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것이며, 니아런이라는 세계 자체의 거부감에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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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 미쳐버릴 것이다. 지금도 벤타일리칸의 마법을 받기 전에 느낀 거북함을 생

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어차피 난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고,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없다. 배우면

된다고 쳐도, 나는 끝까지 내 자신이 이방인임을 자각하며 소외감을 느껴야 할 것

이다.

그것이 증명된 것이 바로 라펠카 극장에서의 일이다.

모두 아르사하에게 경외감을 가질 때, 나 혼자만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이곳의 주민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 세계에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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