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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생존귀환계획(異界生存歸還計劃)
Project 4: 비겁한 살의.

[3]

콰아-웅!

크나큰 물소리가 계곡을 울렸다.

나는 조금까지 내 발을 받치고 있던 바위가 절벽에서 뽑혀 떨어지는 걸 보며 간

담이 서늘한 기분을 맛봐야 했다. 거의 내 몸집만한 바위가 뽑혀서 떨어지는 걸

보니 왠지 내 모습이 겹쳐진다.

절벽의 모양은 제멋대로 생겼기 때문에 위를 올려다봐도 아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보자면, 아란도 내 모습을 끝까지 보지 못 할 가능성

이 높다. 조금 전 떨어진 바위 덕분에 내가 계곡에 빠졌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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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나는 지금 벼랑의 중간에 단검을 박고 매달려 있는 상태다.

거의 엉겁결에 단검을 뽑아 절벽을 내리 긁다가 중간에 걸려서 매달려 있게 되었

으니, 이건 무의식의 기적이라 부를 만도 하다.

허리춤의 단검을 뽑아 돌 틈새에 찔러 넣는 것으로 어떻게든 자세를 잡은 뒤, 나

는 일단 안도의 한숨부터 내쉬었다. 벼랑 중간에 매달려있긴 하지만, 직접적인 추

락은 모면한 것이다.

이제부터 여행자가 왜 단검 두 자루를 꼭 착용해야 되는 지에 대해 설명하라면,

추락 상황에서 절벽에 매달리기 위해 필요하다는 말을 할 수는 있겠군.

젠장! 이런 식으로 농담해봐야 즐겁지도 않아! 언제 또 어긋나서 떨어질지 모른

단 말이야! 게다가 아란! 그 망할 꼬맹이는 왜 나한테 그렇게 쌍심지 켜고 죽이려

드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내가 여행무리에 꼽사리 낀 게 그리도 못마땅하

던 거냐? 그런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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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그렇게 아란을 욕하다가, 문득 이렇게 벼랑 중간에 달랑 매달려 이를 부

득부득 가는 모습이 얼마나 꼴불견인지 깨달은 나는 좀 더 현실적인 일을 하기로

했다.

발 디딤도 적당하고, 벼랑의 돌 틈새를 파고 들어간 두 자루의 단검은 내가 앞으

로도 한참을 매달려 있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시간은 충분하군.

자, 이제 생각해보자.

먼저 반대편의 벼랑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가늠했다. 약 30미터에

서 40미터 정도의 높이였다.

단검이 절벽을 긁으면서 내려오지 않았더라면 멈췄을 때의 충격에 팔목이 나갔을

거야. 다행이도 양손으로 잡았으니 망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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