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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었다.

분명 예쁘기도 한 얼굴인데다가 그녀의 직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말에

술러덩 넘어왔겠지만, 이 세계에 대해서 지적 호기심 외에 가지지 않는 나는 아무

리 아리따운 여성에게라도 관심을 주지 않기로 했다.

연애 경험이 몇 번 있어서 그러는데, 헤어지는 건 정말로 힘든 일이다. 물론, 나

의 이 쉽게 질리는 성격은 상대에 대한 마음도 쉽게 질리게 만들었지만, 그간 붙

은 정이라는 건 있기에 쉽게 헤어지지 못하게 한다.

기필코 떠나야만 할 이 세계에서 그런 걸 만들어둘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눈 앞

에서 예쁜 아가씨가 웃으면서 귀엽게 말한다고 해도 쉽게 넘어가지 않을 자신이

있다.

건방지다면 건방지다고 할 수 있을 조건을 내민 눌탄인을 황당하게 바라보던 아

스라하는 이내 내 손을 더욱 세게 잡으며 말했다.

“조건 수락하면 배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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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지요.”

나에게 나쁠 건 하나도 없으니까.

“좋아요. 수락하죠. 내일부터… 지금 시간보다 한 시간 반 정도 일찍 이곳에 나

오세요. 가능하겠어요?”

“예. 가능합니다. 아침 당직에게 꺠워달라면 되니까요.”

“이걸로 약속한 거예요? 하루라도 안 나오면 당장 당신이 일하는 식당으로 사람

들 끌고 쳐들어가서 쫓겨나게 하고, 여행 경비 따위 지급하지 않을테니 알아서

해요. 알겠어요?”

우윽. 이런 조건이 붙는단 말이지? 내가 성실할 수 있느냐 하는 조건인데, 이런

조건이라면 생각을 해 봐야… 잠깐, 왜 나한테 조건이 붙는 거야?

“잠깐만요. 왜 제가 배우는 일에 그런 위험한 조건을 달아야 하는 겁니까? 그런

조건을 수락하느니 그냥 안 배우고 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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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려면 확실히 하라는 거죠. 차라리 전 후자쪽이 더 나은데요? 쫓겨나면 제가

거둬서 데리고 다니면 되니까요. 일정계획에 따르면 2년 뒤에 에스란딜로 돌아가

게 되니 어차피 같은 길이잖아요?”

무슨 전세계 순회공연이라도 하는 겁니까? 게다가 2년이라니, 그런 시간까지 어

떻게 기다린다는 겁니까.

하긴, 그녀로서도 내가 제대로 배울지에 대해서는 미심쩍은 모양이다. 나만 좋으

라는 조건을 쉽게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이겠지. 그런 의미에서, 나는 고개를 저

으며 다른 조건을 제시했다.

“앞으로 9개월이면 백아탑에 도착하는데, 그렇게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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