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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렇게 결정된 사람들 중, 정장을 가지고 있는 이스단 씨와 정장이 필요

없는 힐가스 씨를 제외한 나머지는 정장을 구입해야 했다.

격식 있는 극장이니만큼 정장을 입고서 출입해야 한다는 통념이 이곳에서도 통할

줄은 몰랐다. 사람 사는 곳은 대부분 비슷비슷 하군. 어쩌면 벤타일리칸 어르신이

날 여기로 부를 때 최대한 차원의 상식이 비슷한 곳을 골랐을지도 몰라.

아, 그런데 혹시 여기도 정장 값이 비싼 편인가?

“그런데 정장 사려면 좀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거 아냐? 가격도 비쌀테고.”

“옛날에는 그랬지. 옷을 일일이 맞춰야 했으니까. 지금은 대체적으로 본이 떠진

옷을 산 다음에 몸에 맞춰 여기저기 수선하는 식이야. 맞춤복에 비해서 맵시가

별로 나지 않고, 천도 그리 좋은 천은 아니지만 서민에겐 딱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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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인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도 기성복과 맞춤복의 개념이 존재

하고 있었다.

가끔 니아런을 돌아보면 놀랍게도 지구와 닮아있는 부분이 많았다. 대체적으로

중세 서양의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전기라는 것은 자연현상에 불과하고, 평범한 이동 수단으로는 말 외에 다른 것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된 문명. 그런 문명이 몇 천 년 가까이 계속되어 왔다는

것은 솔직히 말해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지구만 하더라도 AC 원년에서 시작해 2000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세상의 모습

은 판이하게 달라지고, 인구는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그런데 니아런의 경우 2000

년 전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나 그때 당시의 서적을 보더라도 지금과 그다지 많은

변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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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시대지만, 발전의 시대는 아닌 것 같은 느낌이다.

니아런에서 생활하면서 포기해야 했던 것들은 엄청나게 많았다. 아니, 내가 누리

던 생활 자체를 모조리 포기해야 했다.

TV? 컴퓨터? 그런 건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전기는 자연현상의 하나이거나

마법으로 만들어지는 것에 불과하다. 소문을 듣자하니 남대륙의 제국인 이베비드

제국에서 이제 막 증기를 사용하는 기관이 만들어져 시험 가동중이라고 한다.

나는 대체 왜 이렇게 이곳의 발전이 느린가를 생각해보았다. 그러다가 내가 거리
를 걷던 도중에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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