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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하고, 방향을 바꿔서 재도약하는 걸 반복하는 멧돼지는 이미 돼지의 차원을 뛰
어넘어 있었다.
말 그대로 괴수! 괴수다!
쿠궁!
수파네의 또 다른 도약이 끝나고, 나는 다시 언제고 몸을 날릴 준비를 했다. 그
렇지만 이미 내 몸은 이 땅 저 땅에 던져지느라 여기저기 상처가 나고, 멍이 들어
있었다. 식초병을 던진 뒤에 그 자리에서 멀어지느라고 달렸던 피로와 지금의 긴
장으로 인한 피로는 이중, 삼중으로 날 괴롭혔다.
“허억…. 헉…! 콜록! 콜록!”
속이 답답했다. 신물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한 시간도 되기 전에
먹은 라면과 김치가 속에서 요동을 치고 있었다.
수파네는 의기양양하게 어금니로 땅을 파헤치며 킁킁대고 있었다. 아마도 저것은
승리를 자축하는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내 몸을 던지느라 무리한 움직임을 계속한 다리는 후들거
리고 있었다.
아무리 운동을 했다고 해도, 익숙하지 못한 운동에다가 엄청난 긴장을 요구하는
일을 반복했으니, 당연히 지치겠지.
수파네는 콧김을 거세게 내뿜으면서 새빨개진 눈으로 날 노려보았다. 수파네는
그 거대한 몸이 마치 ‘죽음’이라는 것 자체로 이루어진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왜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단지 중요한 것은, 이것은 현실이라는 것뿐이다.
수파네가 저렇게 성을 내며 곧 달려들 것 같은 모습도, 욱신거리는 상처와 후들
거리는 다리는 분명한 현실이다.
마치 나의 운명으로 예정되어진 것 같은 모습이다.
앞으로 몇 번이나 피할 수 있을까?
두 번? 세 번?
빌어먹을!
난 고작 이계에서 괴수 멧돼지에게 죽기 위해서 태어났단 말이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지도 못하고, 기껏 세운 내 목표도 이루지 못하고,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죽어야 한다는 거야?!
지금껏 내가 이룬 것이 없었는데…. 그래서 살아서 돌아간다는 걸 최초의 목표로
삼았는데…! 그것도 이룰 수 없는 거야?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야? 그저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야 하는 거야?
이것이 내 운명이고, 인생이라고 받아들이면서 살아야 한다는 거야?
내가 지금껏 겪었던 것과 똑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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