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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에 먹을거리가 없어서 나무뿌리를 먹는 곤궁함을 보이는 건 아닐 것이다.

내가 알기로 돼지류는 잡식성이고, 되는 대로 아무거나 먹는다고 한다. 수파네에

겐 나무뿌리도 한 끼 식사거나 혹은 전채나 간식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것이겠지.

수파네는 어금니로 나무뿌리를 잘라서는 우적우적 씹다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

는 어제의 기억이 떠올라 순간적으로 어깨를 움츠렸지만, 수파네는 먹을 때만큼은

조용히 먹는다는 성격인지 고개를 돌리고선 다시 나무뿌리를 씹기 시작했다.

멧돼지에게서 신사적인 면을 발견했을 줄은 미처 몰랐는걸.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버너에서 냄비를 내려 잘 익은 라면과 김치를 맛나게 먹

기 시작했다.

지친 뒤에 먹는 아침이라서 그런지 아주 꿀맛이다, 꿀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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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내가 사용하던 물건들이 나와 함께 있다는 것은, 이 세계에 홀로 떨어

지고서, 그리고 이렇게 죽을 위기까지 겪는 나에게는 좋은 위안거리다. 향수를 달

랠 수도 있고, 힘겹게 불을 일으키지 않아도 된다.

과학문명의 힘이란 이럴 때 빛을 발하는 거지.

라면 국물에 딱딱하게 마른 빵은 의외로 잘 어울렸다. 기왕이면 밥 한 공기 말아

서 뚝딱 해치우고 싶지만, 환경이 허락하지 않는다.

니아런에서 쌀은 에슬란딜과 사우어에서 주로 생산된다고 한다.

센웨슬 같은 경우 쌀보다는 밀에 더 치중하기 때문에 쌀값이 비싸다. 밥을 지어

먹으려는 시도는 자금의 압박이라는 망치에 두들겨 맞아 산산조각 났다.

앞으로 남은 라면이 3개에 김치가 조금, 참치 캔 하나, 고추장이 거의 한 병 가

까이 남았고, 맛소금과 후추도 한통 가까이 남아있다. 그 외에 인스턴트 국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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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남아있다. 미역국과 육개장, 북어국인가.

김치가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 아깝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낫다. 지독한 향

수병에 걸려 골골대는 것 보다는 백배 낫다.

고향의 먹을거리는 소중한 것.

보존기간이 짧은 이외에는 대부분 남겨두었다. 집 생각이 나서 몸서리 처지게 견

딜 수 없을 때를 위한 비상식량이다. 버너의 연료도 풍부하게 남아있고, 어제 떠

온 물도 넉넉하다. 라면을 끓였어도 반 정도 남아있으니까.

마지막 김치 조각과 한 모금의 국물까지 깨끗하게 먹어 치우는데 걸린 시간은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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