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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주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아란의 입은 떠듬떠듬 벌어지면서, 매우 미약한 목
소리만이 흘러나왔다.
“어, 어, 어떻게…?”
나는 말했다.
“산을 건넜다! 물을 건넜다! 숲을 가로질렀다! 수파네와 싸웠다! 그래도 난 죽지
않았다! 아란! 각오는 되었겠지?!”
배낭을 벗어던졌다. 수파네의 가죽뭉치도 이미 땅으로 떨어뜨렸다. 나는 허리와
허벅지에서 두 자루의 단검을 천천히 빼어들었다.
“나를 죽이려 했겠다…. 나를 죽이려 했겠다! 나를!”
아란의 주위에서 뭐라고 떠드는 사람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들. 걱정스러운 듯 외치는 사람들.
그들은 모두 나의 안중에 없었다.
나는 오로지 그들 사이에서 작은 몸을 떨고 있는 소년, 아란을 바라보고 있을 뿐
이었다.
아란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를 가리켰다. 그의 입이 웅얼거리면서 뭔가를 말
하려는 듯 했지만, 뭔가 말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단검을 치켜든 채로 계속 걸어갔다.
이윽고 아란과 나의 거리가 10미터로 좁혀졌을 때, 아란의 입에서 비명 같은 목
소리가 튀어나왔다.
“사, 사라져라! 낙뢰!”
눈앞이 하얗게 되며 굉음이 귀를 강타했다.
꽈-르르릉! 꽈가강!
“으아악!”
나는 눈과 귀를 가렸다. 하늘을 찢는 듯한 굉음과 눈앞을 태워버릴 것 같은 백색
의 빛이 번뜩였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내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경악스러
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모두의 얼굴이 보였을 뿐이다.
뭐였던 거지…? 낙뢰?
설마 나에게 벼락을 던진 건가? 마법으로?
“어, 어어… 이건 말도 안….”
나는 내 손을 보았다.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벼락이 떨어졌다면 무지하게 저릿
해야 하는데, 그런 느낌도 없었다. 그때 나는 갑자기 생각이 났다. 벤타일리칸 베
밍이 했던 말이다.
나에겐 대상지정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 낙뢰는 나를 대상으로 떨어졌지만, 나는
그 낙뢰가 가져오는 부수적 효과, 빛과 소리에만 충격을 받았을 뿐, 낙뢰에는 충
격을 입지 않았다.
아란은 더듬거리면서 뭔가를 웅얼거렸다. 또 다른 마법인가?
“태, 태워버려! 화염!”
퍼엉! 화아악!
아란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나에게는 거대한 화염의 덩어리가 닥쳐왔다. 그러
나 그 불덩어리는 날 지나갔을 뿐 내 옷자락도 태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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