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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것도, 무엇도 설명해주지 않는 곳.
무섭다.
날 되돌려줘. 그 산 중턱으로, 아니면 우리 집으로! 사랑하는 부모님과 말괄량이
여동생과 귀여운 막내가 있는 집으로! 나의 일상이 있는 집으로! 학교로! 제발!
“날 되돌려 놔-앗-!”
어지러운 머리. 떨리는 몸.
여긴 어디? 내가 있을 곳은 아닌데 내가 있는 곳은 어디? 내가 가야 할 곳은 어
디? 그런곳이 있는 걸가, 나는 있는 걸까, 내가 있는 이곳은 있는 걸까. 존재의
유무, 확신의 재고, 실감의 붕괴….
그렇게 가차 없는 혼란이 날 사정없이 유린할 때, 나의 머릿속으로 파고드는 인
자한 목소리가 있었다.
「마음을 가라앉히어라. 내 말을 들어라. 진정하고 네 앞을 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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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나의 마음이 순식간에 안정을 찾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정신과 함께
푸들거리던 몸이 정신과 더불어 편안해지고 있었다. 난 질끈 감은 눈을 천천히 떠
서는 내 머릿속에 울린 소리대로 앞을 보았다.
“할아버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모습이 겹쳐 보인 것은 왜일까? 날 무릎에 앉히고 인자하게
내려다보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따스한 눈길과 인자한 웃음, 풍성한
하얀 수염은 나를 한결 더 안정시켜 주었다.
안정을 되찾고서, 나는 내 앞의 얼굴이 나의 할아버지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나온 갠달프의 모습과도 사뭇 닮
아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었다.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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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목소리가 놀랍도록 차분하다는 것에 이질감을 느꼈다. 하지만 내 정신의
그 어떤 것이 내가 혼란스럽게 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듯 했다. 내가 가진 것이
아니라서 기분이 나빴지만, 꼴사납게 소리 지르는 것 보다는 의지가 되기에 그 부
분에 기대어 난 내 몸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거칠게 들락거리던 호흡이 안정되고, 심호흡을 하면서 두근거리는 심장도 천천히
원래대로 뛰게 했다. 적어도, 평상시보다는 약간 불안하지만 대화를 하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정신을 만들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길게 한 호흡을 내뱉고는 말했다.
“거듭 묻습니다만, 누구십니까?”
눈앞의 노인은 내 어깨를 잡더니 날 일으켜 세웠다. 다행히도 내 다리는 내 체중
을 버티게 되었고, 나는 성공적으로 일어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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