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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태를 실제로 본적은 없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눈사태의 모습은 전부 다 영

화나 다큐멘터리에서 본 그럴싸한 재현뿐이다.

무섭게 흐르는 눈은 모든 것을 휩쓴다. 해일과도 같이 천둥소리를 내면서 달려든

눈사태는 휩쓸린 모든 것을 끌고 산을 내려간다. 가볍기 그지없는 눈이 스스로의

무게를 못 이겨 붕괴되는 것인데, 이걸 어찌 가볍게 볼 수 있단 말인가?

일단 눈사태가 났다 하면 그것은 대 재해다.

눈은 물과는 달라서 한 곳에 모여 낮은 곳으로 흐르지 않기에 한계의 한계까지

쌓이고 쌓인다. 그 한계가 이윽고 버티지 못해 단번에 무너지는 것이 눈사태다.

힘을 쌓아뒀다가 일시에 방출하는 것이니 한번 났다 하면 대형 사고다.

게다가 이 산은 만년설로 뒤덮여 있다. 한 번 눈사태가 나면 땅 위에 달라붙어있

던 눈도 함께 휩쓸리니 그 규모는 평범한 눈사태가 아닐 것이다. 산의 모양이 변

할 각오를 해야 할 정도라고는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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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아르사하의 말대로 휘말리면 틀림없이 죽을 테니 규모는 신경 쓰지 않아

도 될 것 같지만.

“여기 길을 아는 건 아니지만 대충 산세를 읽을 수는 있어요. 게다가 눈사태가

나기에는 눈이 충분하지 못해요. 주술사의 말대로라면 오늘 오후 경에 눈이 내리

기 시작한다니까, 눈사태가 날 정도로 충분히 눈이 모이려면 적어도 사흘은 퍼부

어야 할 거예요. 그 사이에는 충분히 괴수 고기를 먹어가며 산을 벗어날 수 있으

니까 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예. 알겠습니다.”

진짜 숲 속 생존의 달인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내가 아닌 아르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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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비약을 하자면, 그녀를 비롯한 대부족의 사람들 모두가 숲 속 생존의 달

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

우리 일행들 중에서 내가 제일 자생력이 약할 것이다. 일행과 홀로 떨어졌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단지 난 일행을 뒤쫓아야 한다는 생존

의식을 가지고 갔을 뿐이며, 거기서 우연찮게 수파네를 죽였을 뿐이다.

누군가 나에게 숲 속에서 혼자 알아서 살아보라고 말한다면, 얼굴에 대고 욕설을

퍼부을 것이다. 니아런의 동물과 식물은 내가 모르는 것이 더 많아서 무엇을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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