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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느냐, 사느냐다.

이 아이 또한 삶의 투쟁을 하는 중이다.

그래. 이렇게까지 살고자 하니 살려주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좋아. 노예로 받아주지.”

“감사합니다! 주인님! 앞으로 충심으로 모시겠습니다!”

아란은 이마를 땅에 찧고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 아란의 목소리에는 이제야 살았

다는 안도감이 깃들어 있었다.

그래. 다들 사는 거다. 힘겹지만 말이야.

“세이르…. 감사해요.”

아르사하는 안도하는 표정으로 말했고, 윌터는 머쓱한 표정으로 어깨에 걸친 칼

을 내렸다. 쓸 일이 없어서 아쉬워하는 표정은 아니니 다행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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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대족장의 권고로 했으면 간단했을 것을, 아르사하 개인이 말씀하신 거니

까요. 충분히 존중해 드려야죠. 그리고 노예를 가진다는 게 어떤 건지 알고 싶기

도 했고요. 충분히 쓸모 있는 거 맞죠?”

“물론이에요. 눈치도 빠르고 영리해서 뭐든 맡기면 잘할 거예요,”

아란은 아르사하의 시종이었으니 그 성능(?)에 대해서는 그녀가 보증할 것이다.

윌터는 칼을 바닥에 꽂고는 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여어. 축하해. 공짜로 노예 얻기가 쉬운 일도 아닌데 말이야. 게다가 에슬란딜

의 대부족 일원을 노예로 얻다니. 순식간에 행운아 됐네?”

“그런가? 그렇지만 앞으로 좀 귀찮아지지 않을까 걱정이야. 뭐, 자기가 살고 싶

으면 알아서 하겠지.”

나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살아서 굴욕감을 안기게 하는 것으

로 내 복수는 종료와 동시에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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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이렇게 일단락되자 아르사하는 사람들에게 저녁식사를 하도록 재촉했고, 나

는 아직 그 자리에 앉아있는 아란을 보았다. 뒤로 둘러져 묶여있던 팔이 풀려나자

한결 편안한 표정을 짓고는 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제 막 노예가 되겠다고 선언한 사람의 표정 치고는 너무 편안한 표정이군. 조

금 놀려볼까? 어차피 저항하지도 못 할 텐데 말이야.

나는 일부러 아란의 시선을 끌게끔 저벅저벅 소리를 내며 걸어갔다. 아란은 팔을

매만지다가 내가 오자 얼른 꼿꼿한 자세로 날 바라보았다. 무엇이든 시켜만 달라

는 빠릿한 표정은, 조금 전까지 묶여있었다고 생각하긴 어려울 정도였다.

나는 그 앞에 주저앉아서는 팔짱을 끼고 여유 있는 태도로 말했다.

“팔은 어떠냐?”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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