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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관절이 역시 무슨 기계같이 뻑뻑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그렇게 윌터의 손을 떼서 놓자 윌터가 다시 어깨를 흠칫 떨었다.
이번엔 또 뭐야?
“사, 사라졌어!”
“…뭐?”
“그 빛! 검보라색 빛! 세이르! 아직 보여?!”
난 눈동자만 굴려서 산 너머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곳에는 검보라색의 빛이 있
었다. 산에서 후광을 발하는 것 같이, 산 뒤에서 둥그스름하게 퍼져있었다.
나는 퉁명스레 말했다.
“아직 보여.”
“어, 어어? 왜 안 보이지?”
이젠 윌터가 당황해하고 있었다. 걱정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까 날
대놓고 미친놈 취급한 데에 대한 보복으로서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대신 이제
막 생각난 가설 하나를 시험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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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란. 손.”
“예, 예에?”
“손 내놔.”
두 걸음 떨어져 있던 아란은 울상이 되었다. 쟤가 오늘 왜 저래? 아란은 물기가
가득한 눈으로 울먹이며 말했다.
“가, 갑자기 그렇게 자르라고 말씀하시면….”
가끔 저 노예가 상상도 못할 치밀함을 보였던 그때 그 소녀인가 싶은 생각이 든
다. 요즘 들어 꽤나 멍청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지?
“누가 자르라 그랬냐? 내 손 잡으라고.”
“아, 네에!”
아란은 얼른 내 옆에 와서는 내가 내민 손을 양손으로 꼬옥 잡았다. 한 겨울 날
씨에도 불구하고 손에 땀이 맺힌걸 보면 아까 어지간히 긴장했나보다. 명석한 노
예라고 하긴 어려운 모습이다.
“잘 잡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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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럼 저쪽을 본다. 실시.”
나는 산 너머 검보라색 빛을 가리켰고, 아란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가더니 손을
통해 깜짝 놀라는 것이 느껴졌다. 이로서 나는 내가 세운 가설을 확립할 수 있었
다.
나와 신체접촉이 있을 경우에만 저것이 보이는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에
게는 저것이 그냥 보이는 것이고.
아란은 어안이 벙벙해서는 뭐라 할 말을 찾지도 못했다. 그러다 나는 아직도 그
주변을 뚫어져라 살피며 검보라색 빛의 행방을 찾던 윌터의 손을 잡아주었다.
“우왓?! 보인다!”
“…역시.”
이걸로 가설은 정설이 되었다. 내 몸과 닿으면 저것이 보인다는 것이다.
…근데, 왜?!
적어도 내가 미친 게 아니라면 정말로 전염성 내지는 접촉성 광증을 가지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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