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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입니다만, 손님이시라면 그냥 식당으로 가주시고, 길가다 들르셨으면 가시
던 길이나 마저 가시고, 용건이 있으시다면 얼른 해결하시죠.”
“용건이요? 좋아요. 용건은 마침 생겼으니까요. 도끼 줘 봐요.”
“예?”
나는 황당함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았다. 호리호리한 몸매는 도끼를 들 수 있을지
조차 의심 가는 체형이었다. 보기엔 좋은 몸매라고는 해도, 도끼를 들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하는데? 난 도끼를 어깨에 걸쳐 메고서는 의아한 표정을 과장되게 지으
며 말했다.
“도끼 들다가 발등 찍으실 것 같아서 못하겠습니다.”
“어어? 무시했어요? 당신 눈에는 이게 안 보인단 말이에요?”
그녀는 자신의 어깨에 걸친 천을 팔랑거렸다. 분홍색의 길고 넉넉한 천이었고,
그 끄트머리에는 장미넝쿨이 수 놓여져 있는 천이었다. 자세히 보니 흰 실로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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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양을 적어둔 것 같기도 한데…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거야? 나는 도저히 알 수 없
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비싸 보이는데요?”
“아아니! 그거 말고! 비싼 건 둘째 치고, 이 문양 안 보여요?”
그녀는 천의 끄트머리를 펼쳐서 내 눈앞에 들이대었다. 분홍색으로 된 비치는 천
위에 흰 실로 놓인 수. 모양을 가지고 있긴 하군.
“흐음… 태양과 산과… 뱀?”
“용이에요!”
“예. 용이라고 하죠. 그런데 이게 뭐 어쨌다는 겁니까?”
나는 완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일관했고, 나보다 한 7, 8센티 작은 그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이 이를 부득부득 가는 표정이 되었다. 분명 저것은 자신
의 신분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내가 알아볼 수 없기 때문에 분하다는 뜻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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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무식이 힘이로군. 이거 의외로 통쾌한데?
“아휴! 뭐 이렇게 무식한 사람이 있담? 이리 줘 봐요!”
그녀는 대끔 도끼의 손잡이를 잡더니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난 얼떨결에 도끼
를 놓쳤고, 곧 그녀가 도끼를 떨어뜨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바람과는
반대로 도끼는 그녀의 손에 찰싹 붙어서는 떨어지지 않았다.
“어… 어?”
“비켜욧! 요령도 모르는 사람이 무슨 장작을 패겠다고….”
그녀는 한 손으로 도끼자루의 끝을 잡고는 손목을 돌렸고, 그럴 때마다 도끼는
무슨 어린애가 들고 있는 막대사탕마냥 빙빙 돌았다. 뭐야, 저 괴력?! 나는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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