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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좀 더 오른쪽으로 빼세요.”

“이렇게요?”

“예. 잘 하네요. 세이르는 무의식중에 동작이 작아지는 버릇이 있는 것 같아요.

조금 더 대범하게 해보세요. 점점 동작이 작아지는 걸 보고 있으면 조만간 이렇

게 될 것 같다니까요. 얍! 얍!”

“푸하하하핫!”

아르사하는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이고는 팔을 휘둘러보였다. 당연히 그런 동작이

제대로 될 리가 있나. 그 모습에 나는 그만 무슨 동작을 하고 있는지도 잊어버리

고 폭소를 터뜨려야 했다.

“아하하… 아아, 정말이지, 수련중일 때 웃기는 건 자제해 주세요. 웃겨가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잖습니까. 푸훗, 푸후훗!”

“이것도 수련의 일종이에요.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춤을 출

수 있어야죠. 아직 수련이 부족해요.”

내가 그녀의 위압감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일까?

아르사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모습들을 나에게는 자주 보여주고 있

었다.

여행 도중 많이 본 모습이기도 한데,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면 그들이

그녀를 보기도 전에 먼저 그녀가 내뿜는다는 위압감에 압박당해 어깨를 움츠리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녀가 뭐라고 한마디 말이라도 하면, 보는 사람이 안쓰럽게 어

쩔 줄을 몰라 한다.

그렇게 되면 그녀의 표정은 순식간에 무미건조하게 변해서는 낮고 짤막하게 말을

건넬 뿐이다.

아직도 나는 왜 나만 괜찮은지 그 이유를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대족장님과 허물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느냐고 하는

데, 나 역시 그들에게 왜 그렇게 그녀 앞에만 가면 한없이 작아지냐고 되묻고 싶

은 심정이다.

내가 이상하다는 것쯤이야 이미 알고 있다. 나를 제외한 스물다섯의 일행이 모두

그걸 느끼니까. 조금 과거로 거슬러 가면, 라펠카 극장에서 나를 제외한 수백 명

의 사람들이 그녀에게 압도당했었으니까.

그래서 생각한 끝에 내가 세운 가설은 세 가지다.

하나, 내가 다른 차원의 사람이기 때문에 그녀의 위압감에 영향력 범위 바깥에

있다는 가설이다. 사실, 핑계거리로는 이게 제일이다. 왜냐면 그 대마법사라는 벤

타일리칸도 나를 상대로는 대상지정 형식의 마법을 성공시키지 못했으니까. 통역

마법과 차원을 속이는 마법은 나의 몸에 밀착해서 걸려있지, ‘나’에게 걸린 건 아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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