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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해할 수 있었다. 오로지 공부만을 강요당하며 수능과 대학이라는 가치아래

모든 것을 무시당해야만 하는 내 생활이 그녀의 이야기에 겹쳐지는 것 같았다.

차라리 나는 나은 편이다. 그래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다닐 수는 있었

으니까. 그러나 다른 친구들은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할 수 없었다. 한껏 자신

나름대로의 꿈을 펼 때에 원하지 않은 새장에서 주는 먹이만을 받아먹으며 길러지

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내 친구들의 눈과 같았다.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에 괴로워하는 눈동자의 빛이었다. 칙칙하게, 어두운, 생기 없는 빛.

그녀는 나를 보더니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후… 예상 밖이네요. 당신도 그런 사람이라니….”

그녀는 생긋 웃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힘 있는 웃음이 아닌 약간 더 부드러운

웃음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잠시 눈을 감았다 뜨자 웃음에 힘이 실렸다. 평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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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었다.

“그런 사람이 왜 가르치는 대로 안 해요? 제 마음 이해하면 좀 똑바로 해주셨으

면 해요.”

“예, 알겠습니다. 대족장 각하.”

“말로만 대족장이지, 공경 같은 게 느껴지지 않는다고요. 정말이지, 센웨슬 들어

와서 가장 많이 무시당하는 것 같아. 오늘은 이만 종료하겠어요. 그만 들어가 봐

요. 내일도 제때 나오세요.”

“수고하셨습니다!”

“네. 내일 봐요.”

나는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고는 곧바로 파루스 판을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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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사하도 나처럼 강요받는 쪽의 사람이었을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 대족장이

니까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한데, 어찌 보면 그녀가 나나 내 친구

들보다 훨씬 더 힘들었을 수도 있다.

나의 경우는 주변의 기대라든가 학교의 이름값을 위해서 공부를 강요당하는 처지

였지만, 그녀는 1500년이라는 역사를 이어나가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녀의 대에

서 그 춤이 완성된 이상은 그에 대한 책임도 확실하게 져야한다.

이것을 제대로 후대에 길이길이 잇게 하여 소실되었던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유

지하게 해야 한다는 중압감은 어지간한 부담이 아닐 것이다.

정말이지, 다른 세계로 왔다고 해도…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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