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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도 옷 사려고 왔어요. 기왕 온 김에 옷 한 벌 사가면 좋겠다고 생각했거

든요. 수행원들이 기를 쓰면서 맞춤복으로 한다는 걸 간단하게 무시하고는 몰래

빠져나왔어요.”

“…그래도 됩니까?”

“흥. 아침에 혼자 운동하러 나가는 것도 떨떠름해 하는 이들인데요. 사사건건 방

해하는 것도 진절머리 나요. 누가 대족장 되고 싶어서 된 줄 아나? 누구에게 떠

받들어 진다는 게 전 정말 피곤하거든요.”

평소 춤을 가르치는 모습이나 언행을 보면 알지만 아르사하는 참으로 자유분방한

걸 좋아하는 성격이다. 통제받거나 방해받는 걸 제일 싫어하며, 싫어한다는 의사

표시도 적극적으로 할 줄 안다.

그녀가 스스로 목표가 있어서 대족장이 된 것도 아니고, 신력강림무의 복원으로

인해 떠받들어 진 것이나 다름없으니 그 자리에 그다지 큰 애착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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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실제로도 그런가? 예전에 히스테리 부릴 때 편하게 권력을 앞세운 것 같

기도 한데?

“그래도 권력이 있잖습니까. 누구나 부러워할 권력이요.”

“책임지기 싫거든요.”

“책임이요?”

“예. 사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는 건데, 그건 착각일 따름이에요. 권력을 가진 자는 그 권력을

사용한 만큼의 책임을 져야 해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보수족의 삶의 방식이에

요.”

보수족의 삶의 방식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동의했다. 권력을 사

용한 만큼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하니까.

아르사하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계속했다.

“영족에게 그림자 먹이기도 적당히 해야지, 이러다간 물속의 화류처럼 힘 다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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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죽을 거예요. 거인족을 토굴에 밀어 넣어도 유분수지, 나에게 뭔가 바라는 사

람들이 보수족의 숲처럼 빼곡해서 힘들어요.”

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종족에 관련된 비유적 표현을 사용하시면 알아들을 수가 없답니다.

나의 짧은 지식으로 대충 해석을 해보자면, 그녀는 자신이 가진 권력을 사용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데, 그것을 사용하길 바라는 사람들은 너무 많다는 것이

다.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 걸 가지고 있으니 힘들다는 푸념일 것이다.

여기서 좀 더 이야기를 듣다가는 도저히 해석도 못할 것 같은 이야기들이 나올

것 같아서 나는 이야기를 돌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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