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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라면 그냥 뛰어서 한나절 만에 협곡을 돌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이곳에

서 머물며 물을 보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협곡은 어쨌든 비스듬하게 위로 뻗어있는 식이라서, 통로를 뚫는다면 뚫을 수도

있다. 전체부분이 돌로 만들어졌지만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용 홈도 패여 있고, 내

허리 높이까지 오는 난간도 있어서 그 높이를 오갈 수 있는 체력만 있다면 누구든

지 오갈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협곡의 꼭대기까지 올라간 다음에 허리에 손을 얹으며 당당하게 말

했다.

“두 번은 오고 싶지 않아. 후아….”

나름대로의 당당함이라서 좀 문제지.

“대규모 일행이 아니라면 물 보급이 힘들겠군. 그래도 물을 보충할 수가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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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어디냐.”

“그래그래. 물은 어디 있지?”

“저쪽. 소리가 들려.”

윌터는 바로 정면을 가리키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윌터가 풀을 밟으며 내는 우석

거리는 소리 외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데, 윌터는 잘도 가고 있다.

요수족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요랑파도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이지. 같이 있으면

편한 사람들이라니까.

윌터의 말대로 그곳엔 개울이 들어왔다 나가는 샘이 있었다. 이런 곳에 생기기에

는 넓이와 깊이가 상당한지라, 아마도 협곡에 벽을 뚫은 사람들이 만들었지 않나

생각된다.

물통을 집어넣고 꺼내는 것으로 물을 채운 우리는 한결 무거워진 물통을 들고서

계곡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는 나보다는 윌터가 더 여유가 있었는데,

요수족의 힘은 인간의 힘보다 월등히 세다.

넉넉잡아 20리터 정도 되어 보이는 물통을 들고 내려가는데, 어지간하면 바퀴라

도 달아놓고 싶은 기분이다. 윌터는 그냥 한 손으로 들고 여유자적하게 내려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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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만 말이야.

그렇게 반쯤 내려갔을까, 앞에서 가고 있는 윌터의 귀가 쫑긋 하고 움직이는 게

보였다. 무슨 소리를 들은 모양인지 윌터는 갑자기 멈춰 서서는 천천히 내가 있는

쪽, 그의 입장에서는 뒤쪽을 바라보았다.

“윌? 무슨 소리라도 들었어?”

윌터의 옆얼굴에서 제일 먼저 드러난 것은 가지런한 하얀 이빨이었다.

얼굴의 털이 바짝 곤두서면서 이빨사이로는 목을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르르…. 느낌이 좋지 않아.”

“왜? 무슨 소린데?”

“말발굽 소리. 아주 많은.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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