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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다.

뭐… 나한테 묻는다면, 솔직히 대족장의 그녀보다도 개인적인 면의 그녀가 좋다.

활동적이고 유쾌하면서도 사려가 깊고, 은근히 고집쟁이지만 배포가 넓다. 내 두

여동생을 하나로 뭉친 것 같은 느낌이라서 친숙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녀가 날 친숙하게 대해주고 있다. 대족장으로서의 위엄이나 체면도

포기하고는 또래 친구들 같은 느낌으로 날 대해준다. 그런 것들을 세워야 하는 그

녀에게는 많이 위험한 일이지만 그걸 감수하는 것이다.

자신에게서 중요한 걸 포기하고 사람을 잘 대해줄 수 있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그녀를 은근히 존경하는 이유도 그런 것이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걸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사람으

로서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럼 여러분! 출발준비를 갖추세요! 점심식사는 론시타에서 합시다!”

“예! 대족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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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이야기가 다 끝났는지 아르사하와 페레단은 악수를 나누었고,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인님. 제가 할게요.”

“아냐. 일도 적은데. 가서 다른 사람이나 좀 도와줘.”

“네. 알겠습니다.”

아란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사람들을 도우러 달려갔다.

저 아이를 보고 있자면 저 아이도 아르사하만큼이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가 의도했다고는 해도 스스로 노예가 되길 원해서는 그 역할을 착실하게 수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차가운 비웃음을 흘리며 날 죽이려고 했던 꼬마라고는 생각이 들

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다들 나보다 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니아런에서의 삶이란 길러지는 삶이 아닌 스스로 개척해야 되는 삶이다보니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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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겠지.

질기고, 강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이들 속에서 나 홀로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 든

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긴 하지만, 저들과 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

는 장벽이 가로막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세이르.”

“예. 아르사하.”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던 나는 뒤를 돌아보고는 뒤로 세 걸음 물러나야 했다. 그

곳에는 아르사하가 번들거리는 채찍을 들고 서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눈초리가 스르륵 올라가며 그녀의 입에서는 매우 산뜻한 목소리가 흘러나

왔다.

“아까 하던 거, 마저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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