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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왠지 모르게 비참한 맛이랄까.

음료수 캔을 들고 배낭에 기대어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투명한 파란색과 새

하얀 구름. 그 많은 시인이 찬미했던 하늘을 보고 있자니 나도 즉석에서 시 한 구

절 지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흠! 한 수 읊어 볼까?

바다와 닮은 빛깔.

파도와 닮은 구름.

깊이를 알 수 없는 보랏빛 속에….

“보랏빛?”

나는 다급하게 눈을 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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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냐?!

하늘이 보라색이다!

난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이건 대체 뭐야?!

지름 10미터, 아니, 20미터는 될 듯한 거대한 원이 날 감싸고 있다!

그 원은 나를 중심으로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고, 원의 안에는 알 수 없는 기호와

각종 도형들이 복잡하게 그려져서는 공중에서 빙빙 돌고 있는… 무슨 일이지?!

난 직감적으로 이건 뭔가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니,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낮에 이런 괴의한 일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야! 여기가 대도

시도 아니고, 레이저 쇼 같은 걸 할리가 없잖아!

난 얼른 배낭을 집어 들었다. 어서 이 자리에서, 이 원 밖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느꼈다. 내가 있어선 안 된다는, 본능보다 더 우선되는 어떤 느낌이

날 이끌었다.

푸드득! 찌르르륵! 까악! 째액!

주변의 새들이 푸드득거리면서 사방으로 날아올랐다. 시끄럽게 우는 새들은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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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기도 하면서 혼란스럽게 날아올라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면서도 내가 있

는 곳으로 다가오는 새는 절대 없었다.

우웅-! 우우웅-!

숲에서 들려오는 소리. 숲이 운다는 말을 난 처음으로 실감했다. 숲이 떨고 있었

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보랏빛 원 때문에 산짐승이, 이 거대한 산이 울고 있는

것이다!

“으아아아아-!”

공포가 날 엄습했다. 어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날 지배하고 내 다리를

멋대로 놀렸지만 난 거기에 반항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그걸 더 돕고 싶었다.

크기 않은 원 밖으로 나가는 건 간단한 일이다. 그래! 몇 발자국만 더 가면…?

“왜, 왜! 왜 따라오는 거야아-!”
원은 날 따라오고 있었다. 난 정신없이 숲을 향해서 뛰어들었지만 원은 나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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