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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사하는 가늘고 곧은 손가락을 뻗어서 그녀가 바라보던 곳을 가리켰다. 그곳
에는 조금 전에 묘사한 것과 마찬가지로, 창날 같은 기세로 서있는 험준한 봉우리
가 보였다.
그렇다. 아르사하는 추적자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길로 도주하려는 생각을 가지
게 된 것이다!
맙소사! 대족장님! 사람 좀 살려주쇼! 예?!
파시 산맥의 이름의 유래는 알 길이 없지만, 오늘 나는 그 유래를 하나 정도 만
들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을 파시즘(Fascism)에 빠트리게 해서 파시스트(Fascist)
로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째서냐고 묻는다면, 이 한 겨울에 만년설이 덮인 산을 넘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역설하던 나의 입을 다물게 한 아르사하의 말이 있었기 때문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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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의 인장을 칠한 이상 대부족의 일원이고, 대부족을 이끄는 대족장인 나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한다’라고 말했는데, 이상하게 내 머릿속의 해석기에
서는 저 말은 아주 간단한 문장이 되었다.
‘닥치고 내 말 들어!’
일행과의 합류지점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르사하였고, 그녀가 없다면 이 숲에서
빠져나가도 일행을 만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애초에 반항을 할 기회가 없었는데, 어쩌겠나? 그냥 엿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
녀의 뒤를 따라갈 수밖에.
그리하여 나와 그녀는 오늘 하루를 열심히 걸어서 산으로 올라가는 그 초입에서
밤을 맞이하게 되었다.
“오늘도 조용히 불을 피우면 될 것 같네요. 야습만 하지 않는다면 괜찮을 것 같
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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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들은 어디쯤에 있을까요?”
“저도 그게 알고 싶어요. 기왕이면 그들의 목적도 같이요. 어쨌든 그들에겐 그다
지 변변한 장비도 없었던 것 같은데, 산을 올라가면 저희가 유리해지겠군요.”
“눈 덮인 산에서 야영할 적당한 장비가 없다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주변에서 마른 나뭇가지들을 모으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숫자에 변동이 없다면 추적자의 숫자는 여섯 명이다. 그 여섯 명 중에서 배낭을
짊어진 사람은 단 둘 뿐이었다. 단순한 계산으로도 배낭 하나로 셋이 살아야 한다
는 결론이 나온다. 하나에 두 명이 매달리는 이쪽보다는 훨씬 상황이 가혹할 것이
라는 건 간단한 결론.
게다가 우리는 그쪽에 비해서 훨씬 유리한 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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