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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을 들어 올려서는 아무도 볼 리 없는 웃음을 띠며 말했다.

“태초에 하나님이 말씀하시길, ‘빛이 있으라’하시매 빛이 생겼느니라.”

그리고 내가 말하나니, 빛이 있으라.

하얀 빛이 터져 나오면서 주변의 모습이 확실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일반 전구와

는 기본 성능이 틀린 LED 라이트가 이계에서 그 진가를 드러내고 있었다.

빛이 있으니 그럭저럭 안심이 되는 것 같아.

나는 일단 그 손가락 크기만 한 라이트를 이리저리 비추면서 아르사하부터 찾아

보았다. 그러던 도중, 난 그만 라이트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아, 아르사하!”

쏟아지듯이 쌓여있는 눈.

그 사이에 반쯤 파묻힌 그녀가 있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다행인 점이 있다면, 그녀가 아직 살아있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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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 동굴 속으로 날 밀어 넣었고, 그

때에 맞춰서 밀려오는 눈에 치여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그녀는 거의 가슴께까지 눈으로 덮여져 있었고, 체온이 심하게 내려가 있었다.

목을 만져 보았을 때, 맥이 너무나 느리게 뛰고 있었다. 아무리 아무것도 모르는

나라도 그것이 정상 박동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그 즉시 침낭을 꺼내고는 그 위에 그녀를 눕혀서 눈을 털어낸 뒤 젖은 옷을

벗겨내었다.

구급대원들이 사람을 살리는 일을 염두에 두다 보면 눈앞의 사람은 이성이 아니

라 구급 대상으로만 보인다는 말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옷을 벗기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모두 닦아내었다. 그나마 나도 상식은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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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굳이 젖지 않은 속옷까지 벗길 생각은 없다.

그 다음엔 피부에 스며들어 열을 내는 약을 발랐다. 근육통이나 멍든 곳에 잘 듣

는 약이었지만, 열을 낸다는 부분이 중요했다. 코가 확 뚫리는 냄새 따위야 사람

을 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맡아줄 용의가 있다.

약이 깨끗하게 피부에 먹어들어 간 뒤에는 마른 옷을 입혔다.

물론, 내 배낭에 그녀의 예비 옷이 있을 리가 없지.

내 청바지와 티셔츠를 어떻게든 그녀에게 입힌 뒤, 침낭의 지퍼를 올려 잠그는

것으로 못미더운 구급처리를 다 끝내었다.

그 뒤 나는 코펠에 눈을 쓸어 담아서는 버너에 올려 녹이기 시작했다. 이 내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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