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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한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대뜸 다른 차원의 물건을 사용하였으니
얼마나 황당해 할까?
“후우…. 몇 번을 봐도 그렇지만, 당신은 신기한 사람이에요.”
“그렇습니까?”
아르사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청바지와 티셔츠, 침낭에 코펠, 버너를 주욱 둘러보
고는 여전히 그 정체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해보는 것 같았다. 거기에다가 자신
의 몸에서 나오는 약냄새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는데, 그것들이 모두 지
구의 물건들이다.
결과가 좋으니 아무래도 괜찮은 것이겠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변명거리 몇 개
라도 만들어두었더라면 괜찮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르사하는 활짝 펼친 침낭으로 몸을 둘둘 감싼 채 그 속에 얼굴을 묻고는 눈만
빠끔히 들어 날 관찰하는 것 같았다. 본인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깜빡거리는 눈망
울이 굉장히 귀여워 보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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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은인에게 이것저것 따지기는 싫어요. 하지만 저도 당신의 목숨을 구했으
니 이건 서로 상쇄되는 걸까요?”
“대답해 드리기가 곤란하군요.”
“후훗. 솔직해서 좋네요. 처음부터 뭔가 많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당신에 대
해서는.”
“…짐작합니다.”
아르사하와의 첫 만남 때도 그랬다. 그녀는 자신의 위압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
지 않고 서슴없이 대하는 내가 많이 이상해보였을 것이다. 게다가 유색인종 주제
에 대족장의 문장도 알아보지 못했었다. 이상해도 한참 이상할 것이다.
그녀는 날 보며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물어볼게요. 끝까지 숨기실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으음…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비밀을 알아내고 말 거예요.”
“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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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약간 갸웃했다. 내가 반문한 것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것 같다.
부연설명이라도 해야겠군.
“굳이 그렇게 해서까지 제 비밀을 알아내실 필요가 있습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면 좀 서운하네요. 남의 몸을 멋대로 주물럭거리고서는….”
“으흠! 그건 살기 위한 응급조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과 이 문제는 별개라고 생
각하는 데요?”
“그건 그렇죠. 으음…. 본론을 이야기하자면, 전 당신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어요. 같은 일행이고, 신력강림무를 배우고, 여동생이 둘 있다는 것까지만이
제가 들었던 모든 것이네요.”
여동생이 둘 있다는 걸 내가 언제 이야기를… 했었구나. 그 외에 내가 이야기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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