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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든다고? 순간 울컥하는 것이 치밀어 올랐지만, 그것을 억눌렀다. 지금 상황

에서 화를 내봤자 우스운 꼴이 되고 만다. 시키는 대로 다 했더니 맘에 안 든다고

뭐라 그러는 대족장 때문에 이미 화가 날 대로 나서 그다지 느낌도 오지 않는 울

컥 이었지만.

나는 고개를 젓고는 여전히 비꼬는 어투로 말했다.

“잘한 것 없습니다. 그렇지만 갑작스럽게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한다니 별로 좋은

기분도 아니네요.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이라서 다 털어놓으시는 겁니까? 이전부

터 엉망이었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오늘은 더 그렇다는 겁니까? 결국에는

날이 갈수록 나아지지 않는다는 겁니까?”

“알면서 왜 말해요? 알고 있으면 얼른 한 동작이라도 더 춰요. 그래야 엉망인 꼴

도 조금이나마 나아질 테니까요. 대체 뭐가 잘났다고 저리 당당한지….”

내가 들으라고 한 말인지 모르지만, 뒷말은 나에게 똑똑하게 들렸다. 게다가 저

비웃는 표정은… 내가 제일로 보기 싫어하는 표정이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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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표정을 봐야 하는 거지?

쓸모없는 폐기물을 보는 것 같은, 망가져 버린 실패작을 보는 것 같은, 잘못 밟

아버린 오물을 보는 것 같은….

보는 이의 가치를 순식간에 전락시키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슬쩍 고개를 돌리고는 호수를 바라보며 컵을 입술에 대었다. 그러다 그녀

는 내 쪽을 보고는 찡그린 표정으로 말했다.

“뭐해요? 다음 동작 계속해요. 기억이나 하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만 두죠.”

“뭐라고요?”

이젠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기껏 날 가르친 이유가 그런 표정을 보여주기 위해

서인가? 영문도 모른 채 당신의 불만불평을 다 받아줘야 해? 내가 내 가치마저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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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당하면서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해?

나에게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어!

고작 건장체조 따위 배우면서 내가 그런 말 듣고, 그런 표정까지 봐야 한다는 건

말도 안 돼. 집으로 돌아가는 것과 아무런 상관없는 일에 고개 숙이기는 정말로

싫어.

“그만 두자고요. 당신도 나 같은 둔재 가르치기는 짜증날 테고, 나도 내가 모자

란 거 일일이 지적당하면서 배우기 짜증납니다. 내가 못난 거 내가 압니다. 나는

당신같이 이런 건강체조에 목숨 걸 이유도 없어요. 그러니까 여기서 끝내죠.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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