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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원래대로라면 ‘분부대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해야겠지만, 나는 슬쩍 예전의 태도

를 비치기로 했다. 내가 종업원이 아닌 세이르로서 자리에 앉자, 아르사하는 미리

준비된 찻잔에 조심스레 차를 부었다. 달착지근하면서도 씁쓸한 향이 코를 자극했

다. 익히 맡아본 적이 있는, 그 날 아침 갈엽초 차의 향이었다.

“들어요. 많이 긴장하셨던 것 같았어요.”

“….”

나는 말없이 찻잔을 들어올렸다. 시선을 찻잔에 고정시키고 있다 보니 언뜻언뜻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뿌연 모습이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누군가 내게 싸웠다가 예전 같은 태도로 이야기를 거는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알

려준다면, 그 사람에게 내가 오늘 받은 보너스의 반을 주겠어. 농담이 아니야. 이

런 나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르사하의 평온한 목소리가 내 귀를 타고 흘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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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왔다.

“혹시 드셔봤을지 모르지만, 이 식당의 음식들은 너무 맛있어요. 특히 멧돼지 찜

하고 후식으로 나왔던 과일빙수는 겉보기 이상이었죠. 그리고….”

그녀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했다. 음식이 어떻다는 둥, 자기네 사람들은 이런 음

식에 맞지 않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늘어놓았다. 그 날 아침에 있었던 일에 대해

서는 완전히 잊은 듯 계속해서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나에게 말하는 태도는

결별하기 전에 나에게 보여준 태도와 같다. 친근감 있고, 따스하게 이야기를 걸어

오는 그녀의 모습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결국 그녀가 잠시 대화를 멈추었을 때, 내가 먼저 말을 꺼내놓았다.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해선 아무런 말씀도 안 하십니까?”

“후훗. 드디어 말하셨네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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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방긋 웃으며 말하는 표정에서 나는 언제나처럼

그녀가 던진 미끼를 받아먹었다는 걸 깨달았다.

허허, 이번에도 내가 낚시질의 대상이 되었다는 거야?

나는 쓴웃음 지으며 슬쩍 고개를 돌리고는 말했다.

“오늘도 결국 제가 당했군요.”

“어머, 너무 그렇게 쓴 표정 짓지 말아요.”

“표정 짓는 거야 제 마음입니다. 그나저나 기다리고 있었다면, 뭔가 하실 말씀이

있으시겠군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팔짱을 끼며 등을 소파에 묻었다. 이것이 바로 할
이야기 있으면 얼마든지 해보라는 태도다. 또한 할 말 정리할 때까지 충분히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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