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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모르는 이유로 희생당하는 것 역시 사양이다.

단풍나무씨의 말대로 외부인인 내가 춤을 배우는 게 억울해서라면, 그것은 아르

사하에게 따져야 할 문제다. 단풍나무씨의 말로는 아르사하에게서 풍기는 위압감

이 그것을 막고 있다고 하는데, 나로선 도무지 알아먹지를 못할 일이다.

이대로 목숨을 보전하면서 일행과 만나야 한다.

나는 지도를 살펴보면서 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른바 ‘이계생존재회계획’인가? 쳇. 별 웃기지도 않는 이름이군. 아무튼 수파네

를 피하면서 예정 경로로 갈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이 숲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존재는 당연히 수파네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으

면 숲의 모습을 바꿔놓을 수 있는 힘도 있다. 아름드리나무에 박치기 한 번 하는

것으로 숲의 모양을 쉽게 바꾸니까.

그러니 일단 싸움의 첫 단계에서 내가 불리함을 가지고 들어간다. 지형지물을 이

용하기에는 상대보다 지식이 없다는 것. 게다가 나는 이 숲이 처음이다.

내가 불리한 점만 차근차근 짚고 들어가면, 상당히 절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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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속도 역시 수파네가 빠르고, 힘도 수파네가 세다.

내가 가진 장점들은 수파네에 비해서 기동성이 뛰어나다는 것과,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두뇌를 가지고 있으며, 도구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수파네의 시선에서만 달아나고자 하면 이미 성공했을 것이다. 문제는 수파

네의 코다. 내 주먹이 들어갈 것 같이 큼지막한 콧구멍은 나의 냄새를 숲 끝까지

쫓아서 올 것이다.

코만 어떻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코?

나는 배낭을 열고서 황급히 어떤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이곳에도 존재하는 물건

이기 때문에 특별히 쓸 필요가 없었던 물건이 있다.

곧 나의 손에는 차가운 어떤 물건이 잡혔다. 나는 천천히 손을 꺼내어 그 물건을

확인했고, 그것이 내가 원하던 물건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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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후후…. 이거라면 확실하지.”

나는 그 물건을 옆에 내려두고 배낭을 꾸리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나의 도주계획

이 시작과 동시에 완성되는 것이다.

‘3배 진한 식초’는 수파네의 예민한 코를 죽고 싶을 만큼 자극할 것이다.

우후후후… 우하하하핫!

꿰에에에에에엑-!

그야말로 돼지 멱따는 소리가 길게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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