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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있냐? 하긴, 바퀴가 여섯 개일 때부터 알아 봤지만.
아르사하에게 아무런 폐를 끼치지 않았다는 것에 안심한 나는 다시 몸을 누이려
다가 팔뚝에 따끔한 것을 느꼈다. 무심코 시선을 돌린 나는, 매우 익숙한 모양의
물건을 볼 수가 있었다.
“어라…? 저건?”
“약품투여기에요. 기절해 있는 동안 뭘 먹일 수가 없어서 저걸로 혈관에 양분을
공급하는 거예요.”
아르사하는 친절하게 설명했지만, 내가 의아해 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저건 링겔이잖아? 여기서는 약품투여기라고 부르나보군.
나는 링겔이 꽂혀있는 팔에서 시작해서 내 몸을 두루 살펴보았다.
등이 욱신거리는 건 여전했다. 등의 상처를 지혈하기 위한 붕대가 가슴에 감겨있
었다. 팔과 여기저기도 하얀 붕대로 감겨져 있었고, 다리에도 압박감이 느껴지는
걸 보면 다리의 상처에도 붕대가 감겨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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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르죠? 물마시겠어요?”
“예에…. 감사합니다.”
나는 아르사하가 내미는 컵을 받아 들어서 단번에 물을 삼켰다. 가슴이 확 뚫리
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정신이 한결 말짱해지는 것 같았다.
정말, 얼마 만에 마시는 물이냐?
물 컵을 아르사하에게 건네주고서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겨보았다. 내가 어디까지
기억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상처를 입은 채로 비를 맞으며 꼬박 하루 내내 걸었었다. 아마도 내 몸이 앓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비가 그친 뒤, 나는 일행의 흔적을 발견했고,
관도를 따라서 일행을 찾아 걸었다.
다행이도 난 일행을 만날 수 있었고, 살았다는 안도감과 일행을 만났다는 기쁨에
잠겨 있었는데, 거기서 아란의 모습을 보고서는….
내가 어떻게 했더라?
여기서부터는 기억의 조각 밖에 남아있지 않다. 분명 나는 끔찍하게 분노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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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았고, 뭔가 아란이 좌절할 일이 있긴 했었다. 그리고 윌터와 아르사하가 날 말
렸는데….
왜 날 말렸지? 내가 무슨 위험한 짓이라도 했나?
나는 다시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잃어버린 기억 속에서, 나는 분명 어떤 일을 했었다. 그것은 윌터와 아르사
하가 날 붙잡으며 말릴 정도로 심각한 일이다.
아, 젠장. 모르겠다.
결국 이건 알 만한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군. 하여튼, 모르는
게 죄라니까.
“아르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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