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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지금 내가 추위에 떨고 있다고 해도,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고 해도,

견딜 수 없는 아픔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도,

쉬지 않고 걸어야만 한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겁다.

어깨에 걸쳐진 배낭의 무게는 나를 땅 속으로 내리 박을 것 같았다. 품에 안은

가죽의 냄새는 역겹기 그지없었다.

입가에 덕지덕지 붙은 고기조각은 아마도 날 괴물처럼 보이게 하겠지.

나는 피식 웃으며 수파네의 고기를 꺼대어 씹었다. 한 입 조각으로 썰어둔 고기

는 여전히 비릿했지만, 그것을 양분으로 삼아 나는 걸음을 딛는 거나 다름없었다.

나를 죽이려고 했던 녀석의 고기다. 그 고기를 먹으면서, 나를 죽이려 했던 녀석

에게로 가고 있다.

복수의 냄새는 피비린내처럼 역겹지만, 그것이 유일하게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될 수도 있다.

나는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아란의 모습을 되뇌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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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노를, 증오를 더욱 불태웠다.

수파네의 고기. 피비린내. 복수.

먹는다. 맡는다. 이룬다.

그것은 날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그것을 움직이게 했다.

한 걸음마다 나의 의식이 한 뭉텅이씩 빠져나갔다.

한 걸음마다 나의 생각이 한 뭉텅이씩 빠져나갔다.

한 걸음마다 나의 생명이 한 뭉텅이씩 빠져나갔다.

그렇게, 길가로 나 자신을 떨어뜨리면서도 나는 전진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한다.

나의 목표를 위해. 나의 목적을 위해.

어느새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이 세계도 해는 서쪽에서 진다는 사실이

다행스러울 뿐이다. 관도를 가고 있는 나에겐 방향이야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지

만, 당연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에는 다행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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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뻗은 관도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가야만 하는 것은 바로

이 길이었다. 이 길이 내가 가야만 하는 길이었다. 이 길로 가야만 내가 살 수 있

었다.

왜 내가 이렇게 해야만 하는가?

그것은 아란이 날 죽이려고 했기 때문이다.

교묘한 계획으로 날 죽이려고 했다.

그 비겁한 살의가 날 이렇게 만들었다.

그렇게 밖에 할 수가 없었을까?

그런 식으로 밖에 할 수가 없었을까?

나를 죽이려고 했던 또 다른 존재인 수파네. 수파네는 당당하게 돌진하고,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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